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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쿠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HOLY 2026.05.24.   23:33

2026년 04월

지인제 사계절 레시피 합작에 참여한 글입니다.

합작 링크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아일랜드 식탁 위로 체크무늬 식탁보가 놓였다. 그 위에 올려진 건 멋들어진 음각이 들어간 붉은색 틴케이스. 금사가 섞인 짙은 녹색 리본으로 묶인 상자는 어디로 보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예쁘죠, 예쁘죠? 이거 리본 묶는 거 엄청 연습 했어~!”  방송용으로 평소보다 목소리 톤을 반쯤 높인 아오사키 리이사가 핸드폰 카메라에 틴케이스가 잘 담기도록 그것을 기울였다. “상자랑 리본 고른다고 ●이소를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몰라요! 아, 맞다. 봉투에 포장한 것도 있는데 그것도 엄청 귀엽거든요. 이따 보여줄게요.” 일단은 이것부터! 라디오로 다져진 방송 멘트는 경쾌하다 못해 리듬감까지 느껴졌다. BGM으로 깔아놓은 아기자기한 음악에 맞추어 틴케이스를 두드리던 리이사가 리본을 풀어내고 뚜껑을 열었다. “짜잔~! …이라고 하긴 아직 이르고!”  두구두구두구…. 짜잔~! 이번엔 정말이야! 내용물이 뚜껑에 닿지 않도록 덮어둔 유산지를 손가락으로 쥐고, 입으로 효과음을 넣어가며 기대감을 고조시키던 리이사가 감탄사와 함께 유산지를 걷었다. 제일 위에 있는 건 트리, 진저브레드맨, 눈사람, 캔디 케인 모양의 아이싱 쿠키.

 

“어때요, 후훙. 크리스마스 기분 물씬 나죠~?”

 

그 아래에는 사브레, 초코칩, 샌드 쿠키 등 아이싱 쿠키와는 또 다른 쿠키 세트가 가지런히 줄 세워져 있었다. 색소를 넣어 만든 머랭쿠키도 크리스마스 컨셉으로 한껏 모양을 냈다. “만드는 건 다 재밌었는데, 깍지로 모양내는 게 무지 어려웠어요.” 리이사가 별깍지를 사용해 만든 트리 모양의 머랭 쿠키를 손바닥 위에 올렸다. 카메라를 줌인하는 대신 렌즈 가까이에 쿠키를 밀어붙이기 위해서 였는데, 그 움직임이 부산스러워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을 것이 분명함에도 리이사는 개의치 않았다. “미라이가 머랭을 엄청, 엄청 많이 쳐줘서~ 으하하, 머랭 쿠키가 몇 판이나 나왔지 뭐예요. 세 판이었나?” 네 판. 화면에 나오지 않는 미라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다, 네 판! 그럼 쿠키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레시피 보여 드릴게요. 부엌으로 가자!” 리이사가 양손을 전부 써서 부엌을 가리키는 모션을 취하는 순간,

 

“너희 뭐 해?”

 

리온이 그릇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대파와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 만든 부타동에서 식욕을 자극하는 훈연향이 풍겨왔다. 타치바나 우쿄 표 일품 차림이었다.

 

“유투버 놀이. 리온도 인사해.”

 

그때까지도 미동 없이 핸드폰을 들고 있던 미라이가 리이사의 제스처에 따라 렌즈를 리온의 방향으로 돌렸다. 리온은 짐짓 황당하다는 헛웃음을 흘렸지만, 리이사의 재촉(“빨리, 빨리!”)에 렌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앗, 우쿄 씨도 온다.” 미라이에게 핸드폰을 건네받은 리이사는 설거지를 마치고 그들에게 다가오는 우쿄까지 화면에 남고 나서야 셀프 촬영 모드로 화면을 전환했다. 요즘 유행인 듯 화각을 과하게 꺾은 채였다.

 

“타치바나 부대의 크리스마스 기념 방송, 일단 여기서 종료! 다들 다음에 또 만나~!”

 

화면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던 리이사가 녹화 종료 버튼을 누를 때까지 잠시 기다린 리온이 물었다. “라이브였나?” “아니. 헤헤, 그래도 이편이 재밌잖아.” 만드는 것도 찍어놨으니까, 나중에 편집해서 보내줄게. 블루투스 스피커를 끈 리이사가 리온이 건넨 수저를 식탁에 놓으며 말했다. “우쿄 요리, 간만이야.” 미라이가 스르륵 리이사 옆에 자리를 잡았다. 식사가 끝나면 보더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도심의 광장에는 커다란 트리가 들어서고 거리는 색색의 조명으로 물드는 12월. 바야흐로 크리스마스, 전국이 들썩이는 기념일이 찾아왔다.

 

부대에서 가장 이벤트에 민감한 리이사는 12월이 되자마자 미니 트리를 오퍼레이션 룸에 들여놓았다. 화이트보드에는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가랜드를 붙었고, 가을 분위기로 꾸며둔 벽면도 하루하루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바뀌었다. 크리스마스 주간이 되었을 때는 한쪽 벽면이 장식으로 꽉 채워졌다. 흡사 즉석 사진 부스의 프레임이나 포토존이 연상될 정도였다. 이렇게 오퍼레이션 룸을 꾸미는 건 보통 리이사의 주도로 이루어진다. 리이사가 운을 떼고 나면 와카나는 특유의 센스로 그를 거들었고, 미라이와 리온은 그의 요구를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내부가 어수선할 정도로 뭔가를 들여놓지 않는다면야 우쿄도 이런 일을 지적하는 성미가 아니라(그 때문에 올해는 코타츠를 설치하고 치울 타이밍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타치바나 부대의 오퍼레이션 룸은 언제나 이런저런 장식이 즐비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다 같이 쿠키 만드는 거 어때~? 어때요?!’ 부대 차원에서 기념일을 챙기는 일 역시도 대개는 리이사로부터 시작된다. 마침 부대가 비번인 크리스마스. 리이사의 제안은 금방 살이 붙어 그들의 크리스마스 계획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당일, 도쿄에서 수업을 들어야하는 와카나만이 오후에 합류하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네 사람은 함께 장을 보고 리온의 집으로 모였다. 리온이 선뜻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리이사야 종종… 아니, 사실 꽤 자주 그의 부엌을 탈취하는 처지였으니 대번에 찬성했다. 익숙한 장소는 정리하기도 쉬웠다. 한나절 정도 리온의 집은 문자 그대로 쿠키 공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한쪽에선 반죽을 밀고, 밀고 난 반죽을 쿠키 커터로 자르고, 쿠키가 구워지는 동안에는 머랭을 치고, 구워진 쿠키 위에 아이싱으로 그림을 그리는 동안 또 머랭을 치고…. 미라이는 많은 시간을 머랭 치기에 할애했는데, 손 거품기를 쓰나 핸드믹서를 쓰나 머랭 뿔이 서는 속도가 비슷해서 리이사의 경탄을 샀다(심지어 지치지도 않았다). 하하, 여기 지금 코토리 같아. 미카게 시 주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곁눈질로 봤을 코토리의 작업장을 떠올리며 리온이 고갯짓으로 동의했다.

 

 

그런 오후를 보내고 크리스마스 저녁, 보더. 비번임에도 불구하고 타치바나 부대원들은 부대 오퍼레이션 룸에 모였다. 리이사와 미라이가 아기자기한 프린팅이 그려진 OPP 봉투에 포장된 쿠키를 테이블 위에 줄 세웠다. “이렇게 보니까 엄청 많다.” “음, 누가 계란을 엄청 많이 까는 바람에.” 부대원들의 겉옷을 받아 옷걸이에 걸던 리온이 여상하게 대답했다. “에헤헤, 그치만 미라이가 다 머랭 쳐줘서 살았어. 미라이~ 고마워.” “훗.” 미라이가 콧대 높은 웃음소리를 냈다. 유투버 놀이의 소재가 된 틴케이스는 부대원들의 몫이었고, 리이사가 재료 비율을 착각하는 바람에 넘쳐버린 쿠키는 보더 대원들에게 나눠줄 생각이었다.

 

“와카~ 곧 온다고 했죠~?”

 

“응, 슬슬 미카게시에 도착했을 것 같은데.”

 

리이사가 제몫으로 남겨둔 여분의 쿠키를 뜯으며 묻자 우쿄가 와카나의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한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동안 부지런히 학사 일정을 소화한 와카나는 일정을 마치자마자 미카게시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이제부터는 방학. 오늘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던 건 부대원 모두가 마찬가지였으나 앞으로 함께 보낼 시간을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다. 리이사의 머릿속에는 이미 겨울 휴가 계획이 넷 댓 개도 더 있었다.

 

 “아, 이거 미라이가 만든 거다.”

 

그 말에 미라이가 고개를 쭉 빼서 리이사 손에 들린 쿠키를 바라보았다. 미라이가 쿠키 커터 없이 조각낸 몇 개의 반죽은 문어 내지는 해파리와 닮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모양이 잘 나왔어, 그치.” “응.” “좀 더 꾸며줄 걸 그랬나?” “아이싱, 양 조절하는 게 어렵더라.” “아하하, 나도, 나도.” 조각내기 아깝지만… 에잇. 리이사가 눈을 질끈 감고 쿠키를 반으로 갈랐다. 부서지는 소리가 명쾌해 입에 넣지 않고도 그 바삭한 식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이번에 진짜 잘 구웠어, 리이사 씨 역대 최고의 쿠키.” “그 정도야?” 잔뜩 호들갑을 떠는 리이사의 말에 마주 앉은 리온이 쿠키와 리이사를 번갈아 보았다. “이런 소리 나는게 쉽지가 않다구! 역시 리온네 오븐이 출력이 좋은가~?” 절반의 쿠키가 리이사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아이싱의 단맛, 그리고 바삭하게 부서지는 식감. 이어 버터 쿠키 특유의 고소함과 함께 생강, 시나몬 향이 충분히 느껴져 리이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 이거 넛맥 넣은 반죽이구나.” 나머지 반을 미라이에게 내밀자 미라이가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먹었다. “아까 먹은 거랑 향이 좀 달라.” “응, 응. 마음에 들어?” 레시피에서 넛맥이란 생소한 향신료를 굳이 빼지 않은 건 독특한 식재료를 즐기는 미라이를 위해서였다. 넣고 보니 생강 향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긴 한데. “으음, 평소에 먹던 맛이랑 달라서 마음에 들어.” 미라이가 조근조근 쿠키를 비교하는 말에 리이사가 팔을 높이 들며 만세를 불렀다. 한참 남은 넛맥을 앞으로 어떻게 소비할지에 대한 고민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리이사는 미라이가 그것을 마음에 들어한다는 사실을 우선 기뻐했다. 팔을 내린 리이사가 그대로 미라이에게 붙어 팔짱을 꼈다. “리이사, 기분 좋아 보여.” “응, 응. 미라이가 좋다고 해줬으니까~.” 미라이는 ‘내가 준비한 상자에 고양이가 쏙 들어간 걸 본 것 같은 기분’이라는 리이사의 아리송한 비유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기분이나 호오에 리이사가 영향받는다는 사실만큼은 익히 경험하고 학습했기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나 왔어.”

 

“메리 크리스마스 와카!”

 

 “오느라 수고했어.”

 

와카나가 부대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 손에는 케이크 상자를, 한 손에는 길쭉한 종이 가방을 든 채였다. 우쿄가 케이크 상자를 받으며 물었다. “그건 샴페인?” “무알콜이요, 기분이니까.” “도쿄에서부터 케이크 들고 온 거야?! 힘들었겠다.” 리이사가 무방비해진 와카나의 한쪽 품을 파고들었다. “전부터 예약해둔 거라. 코토리 케이크도 좋지만 한 번쯤은? 인기 엄청 많아서 금방 품절되더라.” 익숙하게 리이사를 매달고 안쪽으로 들어간 와카나가 테이블 위의 풍경을 보자마자 경악했다. “잠깐, 그런데 쿠키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에헤헤… 만들다 보니. 일단 앉아, 앉아.” 반쯤은 강제로 의자에 앉은 와카나가 리이사를 한 번 흘겨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하고 있었어?” 미라이가 쿠키 봉지 하나를 와카나 앞에 뜯어 놓았다. “음, 포스터 그리자는 얘기를 하고 있었지.” “포스터?” 리이사가 하얀 백지를 들고 베시시 웃었다. “보는 사람마다 쿠키 받으러 오라고 할 거지만, 미디어 대책실에는 직접 가져다줄 거지만! 문 앞에 붙여두면 한 사람이라도 더 들어올 테니까~” 대답하며 리이사가 쿠키 하나를 와카나에게 물려주었다. “음, 바삭하고 맛있다. 다들 좋아하겠는데?” 와카나는 간결하면서도 부대의 메인 파티셰가 가장 듣고 싶어하는 평을 들려주었다. 와카나의 반응에 다시 한번 만세를 부른 리이사는 마치 배급을 하듯 미라이와 리온에게도 쿠키를 내밀었다. 리온은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먹을게.” 그는 내년까지 먹을 쿠키를 이미 다 먹었다는 표정이었다….

 

“케이크, 지금 잘라줄까.”

 

“앗, 이거 하고 같이 먹어요!”

 

리이사가 백지를 팔랑였다. “다들 하나씩 쓰는 거다~?” “뭐라고 쓸 건데?” “음, 우선은 메리 크리스마스.” 빨간색과 초록색 마커를 섞어가며 리이사가 타이틀을 적었다. “쿠키가 메인 아냐…?” “…메리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수제 쿠키 나눔.” 한쪽에서 미라이가 맛 평가를 보탰다. “별 다섯 개.” “만점이다!” 모두가 한 마디 씩을 적기에  A4 용지는 그다지 적합한 크기가 아니었다. 와카나와 리온은 코멘트 대신 간단한 그림을 그렸다. 글자 양옆으로 트리와 캔디케인이 자리잡았고, 와카나는 내친김에 ‘M’위에 산타 모자까지 그려넣었다. “오오, 엄청나게 크리스마스. 우쿄 씨, 우쿄 씨도요.” “자리가 이제 없는 것 같은데.” “에이~ 제가 딱 비워놨죠!” 리이사가 손가락으로 포스터의 하단을 짚었다. ‘Made by.’ 적다만 문장의 옆 자리는 어디로보나 부대 이름이 들어갈 자리였다. “나 참.” 타치바나 우쿄는 기꺼이 서명하듯 제 이름자를 적어 넣었다.

 

“그럼 나 붙이고 올게! 케이크 나 빼고 먹기 없기!”

 

리이사가 그래스호퍼라도 쓴 것처럼 포스터와 테이프를 들고 튀어 나갔다. 소리 없이 그를 따라 나온 미라이가 비뚤어지지 않게 종이를 잡아주었다. 네 귀퉁이에 꼼꼼하게 테이프를 붙인 리이사가 미라이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명랑한 웃음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작은 글씨) 고소하고 바삭함 ★★★★★

Merry Christmas! (큰 글자의 주변으로는 아기자기한 그림)

크리스마스 기념 수제 쿠키 나눔 행사

Made by. 타치바나 부대 (이 부분만 획이 멋스럽게 뻗어 누가 쓴 글씨인지 명백하게 알 수 있다)

 

 

타치바나 부대의 다정한 하루가 담긴 영상이 부대 단체 메시지 방에 올라온 건, 이로부터 며칠 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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